원장의 글
청년연합집회가 있었다.
은혜의 부르심을 받고 길을 나섰다.
청년이란 단어 속엔 언제나 거부할 수 없는 이끌림이 있다.
기차에 올라 24시간을 갔다.
한국인인 내게 24시간 기차를 탄다는 건 상당히 생소한 일이었다. 처음엔..
이젠
오히려 평온함이 느껴진다.
분주하지 않아도 되는 하루를 얻었으니
초저녁..
일찍이 간이식 침대에 몸을 누이고 한동안 부족했던 잠을 청했다.
이내 잠이 들고
얼마를 잤는지
눈을 떠보니
여전히 흔들리는 차창 밖으로 어슴푸레 날이 밝아 있었다.
꽤 오래 잤나 보다.
아직 다른 승객들은 깨지 않아 고요한 차내
혼자 우두커니 내다본 창 밖
끝없이 펼쳐진 옥수수 밭이 보인다.
도대체, 누가, 어떻게
이 넓은 땅에 씨를 뿌렸을까
얼굴 없는 그 누군가가 무척이나 크게 여겨졌다.
몇 시간 후
나도 새로운 밭을 만날 것이다.
오늘 나의 씨 뿌림에도
얼굴은 없어도 좋겠다.
다만 주께서 기뻐하시는 결실들로 하늘이 풍성해질 수 있다면..
뿌리고 또 뿌리다가 사라지고 싶다.
갑자기
광활한 옥수수 밭 한 가운데 뾰족하게 우뚝 서있는 돌산 하나가 눈에 띈다.
결실들을 누가 상할까 지키는 허수아비처럼
거룩한 외로움
내 속 사람의 미소 지음이 느껴진다.
벗으로 삼아야겠다.
그가 허락해 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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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가을을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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